고용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취업의 문이 넓어졌지만, 정작 20대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는 더욱 줄고 있다. 청년 고용의 양적 지표는 상승했지만,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주를 이루며 안정적 고용 기회는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고용시장의 현실을 알아보자.

경력직 우대 추세에 신입 채용 줄어… '경력 쌓기' 자발적 비정규직 선택도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20대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사상 최고치인 43.1%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8월 기준 가장 높은 것으로, 청년 근로자 10명 중 4명 이상이 계약직이나 시간제 근로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정규직 취업자 수는 200만명 밑으로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해도, 비정규직은 증가하고 정규직은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청년 비정규직의 증가 현상은 과거와 다른 특징을 보인다. 우선 청년들은 경력 관리의 필요성으로 비정규직 근무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원하는 정규직 일자리에 진입하기 전, 경력을 쌓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동시에 고용시장에서 수시 채용과 경력직 우대 경향이 확산되면서 신규 입사자에 대한 진입 장벽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에서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팽배하면서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우선 경험을 쌓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자리 질의 저하로 해석될 여지도 있지만, 동시에 청년들이 자신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하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전체 비정규직 취업자 중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택했다는 비율은 66.6%로, 절반이 넘는 청년이 비정규직 일자리에 우호적인 성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하는 시간대에 일하려는 경향이 퍼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취업 문 넓어져도 고용 불안정성 커져… '고용의 질' 하락세
정부는 핵심 취업 연령대인 20대 후반 고용률이 73%로 역대 최고라는 점을 들어 고용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상 비정규직이 높은 고용률을 견인한 만큼 고용의 질은 오히려 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즉 단순한 양적 통계가 청년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청년들이 제대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초단시간 일자리와 시간제 일자리의 증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의 질과 노동환경의 향상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비정규직은 계약 기간이 짧고 비교적 해고가 쉬워 고용 불안정성이 크다. 
비정규직의 증가와 함께 나타나는 고용의 질 저하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불안정, 장기적으로는 소득 격차로 이어진다. 비정규직 일자리의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근무 조건은 청년들의 자립을 어렵게 만든다.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세대· 계층 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청년 고용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청년층의 비정규직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고용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해지고 있다. 청년들이 단순히 일자리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근무 환경과 경력 개발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노동시장에서는 정규직 채용 확대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시작해도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청년층의 다양한 요구와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일자리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도 요구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전망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청년층 비정규직 증가는 단순히 일자리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청년들의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나아가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친 중요한 문제로 볼 수 있다. 청년들이 안정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정부는 기업과 함께 정책적 지원책과 구조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