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집을 상상해본 적 있니? 쉽게 찢을 수 있고 쉽게 태울 수 있는 약한 종이로 만든 집을 말이야. 거기에 커다랗고 무거운 컨테이너를 올려놓는다면? 아마 상상이 잘 안갈 거야.

이런 거짓말 같은 곳을 이의엽(신방·2),김원섭(세종대 전자공학·2)학우와 함께 다녀왔어. 바로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이야.

조금 늦은 저녁에 만난 우리는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이 있는 소마미술관 내 조각공원으로 향했어. 가는 길에 원섭이는 “종이로 만든 집이면 불붙이면 다 타버리겠네”하며 농담을 건내기도 했지.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에 도착한 우리는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어. 어둑어둑한 공원 안에 조명을 밝힌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은 우리의 상상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이걸 정말 종이로 만들었는지 믿지 못한 의엽이는 기둥을 눌러보고 만져보고나서야 종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놀라워했어.

안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주위를 돌며 더 자세히 구경했어. 기둥을 하나하나 세어보던 원섭이는 “너무 많아서 87개까지 세어보다 지쳤어”라고 말했지. 나중에 팜플렛을 보니 353개의 종이기둥(페이퍼튜브) 그리고 166개의 컨테이너로 만들어졌다고 나와 있었어.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안으로 들어갔어. 컨테이너 갤러리와 페이퍼 갤러리 두 공간으로 나뉘어진 이곳에서는 각각 ‘브랜드를 밝히다’, ‘여자를 밝히다’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어.

컨테이너 갤러리에 들어서자 삼성 애니콜, KTF, 디자인 하우스, NHN 등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의 이름과 함께 브랜드를 표현한 디자인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어. 컨테이너 사이사이에 있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재미있는지 의엽이와 원섭이는 카메라를 들고 연신 사진을 찍으며 웃었지.

컨테이너 갤러리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페이퍼 갤러리로 갔지. 유관순을 표현한 작품을 시작으로 춘향, 윤심덕, 양귀비, 초선 등 우리나라와 중국의 역사 속 유명한 여성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이 아치형 길을 따라 전시되어 있었어. 하지만 컨테이너 갤러리와 다르게 사진촬영이 금지 되어있어 많이 안타까웠지.

모든 관람을 마치고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을 나오자 조명들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했지.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을 뒤로하고 나왔어. 원섭이는 “브랜드를 참신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깊었다”고 말했어. 의엽이는 “남자와 여자가 천장을 뚫고 올라가 있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아직까지도 웃음을 멈추지 못했어.

평일에는 오전10시에서 6시까지, 금요일과 주말에는 9시까지 연장하고 12월31일 까지 전시회가 열린다고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깰 무언가를 찾는다면 이곳을 찾아보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