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서양학 전공이었지만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던 중 아는 선배의 소개로 일러스트작가 밑에서 보조로 일하기 시작했다.

88년 결혼을 하고 이후 계속 일을 하면서 직업을 삼기로 결심하고 90년도에 독립을 했다. 책상과 재료, 거래처만 있으면 되는 일이었기에 집에 작업실을 만들고 생활했다. 또한 내가 일러스트를 청탁하기보다는 남이 나를 새벽시간이라도 찾아서 일을 부탁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집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88올림픽이후 일러스트 산업의 확대로 ‘일에 쫓겨다닌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현재 일러스트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서 정밀묘사, 아동동화, 삽화 등으로 세분화가 잘 돼있는데 나는 CF의 스토리 보드나 지면광고의 시안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다.

대학생활은 어땠나?

고등학교 때부터 그룹사운드에서 기타를 맡았는데 대학교에 입학해 음악에 관심있는 회화과 친구들과 경원가요제에 나가게 됐다. 가요제에 팀명을 뭘로 할까 고민하던 중 친구가 대장균이라고 장난을 쳤는데 문득 천하대장군이 생각나 ‘천하대장군’으로 정했다.

아쉽게 은상을 타고 이후 ‘천하대장군’이란 이름으로 동아리 등록을 하고 학내의 거의 모든 행사에 찬조공연을 다녔다. 대학생활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학가요제의 문을 계속해서 두드렸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

일러스트레이터를 하고 싶다면

일러스트레이터는 전문직종으로 인기가 있었지만 IMF이후로는 전반적으로 힘들어졌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있는 자료를 따오고 광고제작에 들이는 일러스트비용의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말 좋아서 일러스트레이터를 하고 싶은 사람들만 도전하기를 권유한다.

이 직업은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게 아니라 남이 그리고 싶어하는 것을 대신 표현해 주는 일이다. 때문에 직업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책, 영화, 광고, 미술, 요리, 운동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는게 좋다.

해마다 새로운 고급 인력이 충원되는데 과연 그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경험이다. 그림을 그리는 솜씨는 좋을지 몰라도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표현력은 쉽게 가질 수 없다.

일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밀키스 음료가 처음 나올때 나에게 시안을 그려달라고 했다. 그 당시 주윤발이 CF에 나오고 우유와 탄산을 접목한 획기적인 상품이었기에 밀키스 회사에서는 극비사항 이었다. 때문에 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음료캔 샘플을 007을 방불케 하는 작전을 통해 집까지 가져왔고 내가 그린 시안도 철저히 관리 해야만 했다.

또 스타렉스 자동차의 경우 현대자동차 영업부 직원들보다 먼저 차의 디자인과 이름까지 먼저 알고 있어 아는 현대자동차 직원에게 아는 척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문의 전화로 바빴던 신 동문. 그가 경험한 모든 것들이 지금 그를 있게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지금도 1주일에 한 번씩 직장인밴드 연습을 한다는 신 동문의 말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때론 즐길 줄 아는 모습을 발견했다. 앞으로도 그의 힘찬 활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