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서, 이제 해외 취업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욱이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력서에 한 줄 쓰고 끝날 스펙으로만 활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에서는 토익 900점 이상이면 ‘영어의 신’처럼 대우받는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언어도 배우기 쉽고 외국인 취업에 대해 비교적 개방된 태도를 가지고 있다. 해외 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꽤 매력적인 나라에 속한다. 이러한 일본 취업에 대해 알아봤다.

한국인 일본 취업자 4만 명 돌파

 청년실업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내년 봄 졸업예정인 대학생 중 88.4%가 취업을 내정 받고 구직자 1명 당 1.52개의 일자리가 있을 정도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어서 당장 취직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산술적으로 일자리는 넘쳐나고 있는 셈이다. 고령화로 은퇴하는 인구는 늘어나고 청년 노동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아베정권이 일본의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한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일본 기업은 금융위기 직후 꾸준히 채용인원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정책 중에는 물가를 상승시키기 위해 금융정책을 완화하거나 공공사업을 확대해 고용을 늘리는 정책이 포함됐다. 그 결과 기업의 수익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투자가 확대되는 호황을 누리며 고용에 적극 나설 수 있었다.

 따라서 일본은 국내에서 부족한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해외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한국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같은 한자권이라 언어장벽을 극복하는 데 유리하고 문화적으로 친밀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종신고용 기업문화가 일반화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한국의 청년 구직자들도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1년에는 약 3만 명, 2015년에는 약 4만 명이 취업했으며 올해 일본 취업자는 5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에서는 IT·제조업·서비스 분야의 취업이 유망하다. IT 분야는 일본의 웹 비즈니스 확대로 인해 소프트웨어와 어플리케이션 개발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며 정보보안이 강화돼 IT전문 인력의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나 경제산업성 및 정보처리추진기구(IPA)에 따르면 약 84%의 일본 IT기업이 인력 부족을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IT 업종은 프로그래머, 시스템·네트워크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AI, IoT, 빅데이터 등 첨단 IT 분야의 인재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분야는 일본의 제조업 기반을 발전시켜온 세대가 퇴직연령에 가까워지면서 우수한 이공계 기술직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독일 같은 제조업 강국과 많이 교류하고 일본 자체의 기술력도 매우 높다. 따라서 해외의 거래처 발굴과 해외 파견 관리직을 위해 외국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인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서비스업 분야에서 외국인 구인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때문에 다국어 구사가 가능한 글로벌 인재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또 온천과 호텔사업은 고령사회인 일본에서 대표적인 실버산업이지만 고향을 떠나 노인을 응대해야 하는 업종을 꺼리는 일본 젊은이들이 늘어나며 그 빈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조직문화 중시하는 일본, 개성 발휘하면 역효과

 대부분 일본 기업의 이력서는 보통 학력이나 자격증 등 기본적인 사항을 입력하고 지원 동기나 학창시절 때 기억에 남는 일 등을 간단하게 서술하는 형식이다. 일본 기업 중에는 여전히 직접 손으로 작성한 이력서만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보수적인 회사들이 있다. 이력서 상의 글씨체를 보면 지원자의 인성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력서를 작성할 때 수정펜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 일처리가 깔끔하지 못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세심한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수기로 이력서를 작성할 때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도 틀리지 않도록 주의해 면접관에게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일본 기업의 취업을 원한다면 일본 취업전문 사이트 ‘마이나비’나 ‘리쿠나비’ 등을 살펴 관심 있는 정보가 나오면 사이트에서 자세한 기업 정보와 전형일자를 확인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일본에서 사용하는 독특한 회사지원양식인 엔트리 시트(ES) 작성이다. 이는 비교적 간략하게 지원자에 대해 기술하는 양식이다. ES에는 학력과 경험, 장점과 성공담, 실패담같이 전형적인 질문뿐만 아니라 각 기업의 독자적인 질문내용이 담겨 있다. 리쿠나비와 마이나비 등을 보면 ‘ES는 너무 자신만만하게 작성할 경우 거만해 보이므로 겸손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개성이 강조된 ‘톡톡 튀는’ 표현은 일본 기업에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ES와 이력서를 제출한 후에는 기업별 필기시험 외에 종합인성검사(SPI)를 치러야 한다. 과거에는 관례상 SPI를 검사하는 기업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면접과 함께 비중 있게 다루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SPI는 크게 비언어부문, 언어부문, 인성부문 등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추론과 집합, 도형, 방정식, 숙어, 사자성어, 시사 등의 문제가 포함돼 있다.

 몇몇 일본 기업에서는 자기 집에 있는 컴퓨터로도 SPI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다양한 부정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감독관이 있는 장소에서 컴퓨터로 시험을 보는 기업도 있다. SPI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난이도는 한국의 인적성검사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SPI를 통과하면 면접시험을 본다. 일본 기업들 중에는 1차는 단체면접, 2차는 개별면접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원동기와 포부를 말할 때에는 자기중심적으로 말하지 않고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회사에서 어떤 성과를 이루고 싶은지, 회사의 이익을 중심으로 대답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 나가라고 하면 나가겠는가’라는 질문에 ‘영어도 배우고 유럽에서도 살아보고 싶다’라는 자기중심적인 대답을 하면 낙방하기 십상이다. 외국에 나갈 기회가 생기면 자신의 개인적 목표보다는 회사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반드시 밝히는 것이 좋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므로 면접을 볼 때는 지원자의 인상과 자세, 태도 등을 주로 살핀다. 따라서 검정색 계열의 정장 차림에 와이셔츠도 흰색계열이 가장 무난하다.

280개 최저임금제, 지역마다 달라

 회사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따라서 기업문화는 그 나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본에서 회사생활을 하게 된다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일본에서 일상생활을 할 때 ‘괜찮다’는 의미를 가진 ‘다이죠부데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면 대화를 수월하게 이어갈 수 있다. 이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무와 관련된 대화를 할 때는 ‘괜찮다’라는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업무의 정교함을 중시하는 일본인의 특성상 업무 관련 대화에서의 ‘괜찮다’는 정확한 척도를 제시하지 않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오츄우겡’, ‘오세에보’라는 선물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오츄우겡은 도쿄에서 7월 15일에 땅의 신에게 지내는 제사를 말하는 연중행사다. 이때 사망한 사람을 공양하기 위해 친척과 지인이 쌀, 우동 등의 식품을 갖고 오는 습성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 행사는 점점 확산돼 단골거래처에 선물을 보내는 풍습으로 정착했다. 오세에보는 글자 그대로 1년의 마무리를 알리는 계절어다. 일본에서는 연말에 그동안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세에보마와리라 불리는 연중행사가 열린다. 이 연중행사에는 선물을 주는 풍습이 있고, 습관 혹은 선물 자체를 오세에보라 부른다. 주로 맥주나 위스키 등의 알코올음료, 커피, 햄 등의 식품과 세제, 비누 등의 생활필수품을 선물한다.

 이런 문화들을 통해 주로 거래관계에 있는 업체끼리 선물을 교환하는데 ‘어떤 선물’보다는 선물하는 것에 점을 둔다. 선물의 대소가 비즈니스 성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손수건·칼 등 선물에 적합하지 않은 물건들이 있다.  손수건은 일본말로 ‘데기레’인데, 이 말은 ‘절연’을 의미하는 동의어를 갖고 있다. 칼 역시 관계의 단절을 연상케 하기 때문에 선물로 좋지 않다. 또한 선물 개수가 4와 9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본에서 ‘시’로 읽히는 4는 ‘死(죽다)’를 연상시키고 ‘구’로 읽히는 9는 ‘苦(쓰다)’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일본의 임금 체계는 한국과 다르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물가가 높아 생활비 지출이 높기 때문에 취업 후에도 안정적인 소비가 어렵다. 일본에서 일자리를 얻었다면 처음 2~3년간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연봉이 적을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일정한 기간을 넘기면 연봉이 점차 늘어나고 보너스 기회도 많아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나아진다.

 최저임금제 역시 한국과 다르다. 현재 일본은 최저임금제가 총 280개에 달한다. 최저임금이 지역마다, 지역 내에서도 산업별로 다르게 책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도시인 도쿄와 오사카는 각각 시간당 958엔, 909엔이 최저임금인 반면 구마모토 같은 지방은 737엔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