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타고난 집안 배경(부모)을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로 나누고, 그것에 따라 각자(자식)의 서열이 매겨진다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부모의 재산, 교육환경, 주거지역, 직업이 다음 세대에게 대물림된다는 의미다. ‘빈익빈 부익부’의 서글픈 우리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해준다. 이에 맞서 40대, 50대 세대의 ‘자식론’도 생겨났다. 자식 또한 금자식, 흙자식으로 줄 세워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태환, 김연아 같은 사람은 금자식이고, 집에서 놀기만 하고 취업을 못하는 자식은 흙자식인 것이다.

  나도 ‘흙자식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부모님은 내가 성공을 하든지 못하든지 절대로 흙자식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  을 받았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고 경솔한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적어도 나의 부모님은 아무리 취업을 못하고 놀더라도 나를 ‘흙자식’이라고 칭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부를 못해도 ‘너는 잘하는 게 있을거야, 너는 소중한 존재야’ 등 항상 내 편에 서서 위로해주고 나를 지지해주신다. 집에 돈이 많진 않지만 행복하다. 우리 집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독립심을 배울 수 있었고, 기회가 오면 간절하기에 성실성도 기를 수 있었다.

  부모는 자식이 어떻게 살지언정 ‘부양’을 기준으로 자식을 평가하진 않는다. 반면에 자식들은 아무렇지 않게 친구들과 수저계급론에 대해 말하며 ‘(부모가)금수저였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다. 집에 가서 부모님의 얼굴을 쳐다보면 마음이 울컥해질 것이다.

  흙자식과 흙수저 보다는 당연히 금자식, 금수저가 이 대한민국을 살아가기 위해서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한 인간을 단순히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흙’으로 단정 짓는 것은 매우 옳지 않다. 돈이 많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반대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음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 수저계급론과 자식론으로 인해서 남는 것이 무엇인가. 현재를 가장 행복하고 재밌게 즐기면 그만이다. 가족은 몇 백만 분의 일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만난 존재들이다. 불필요한 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떤가. 그것이 나와 부모님 모두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김선영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