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석 법과대 학장

 지난 2011년 11월 여성가족부의 주도 하에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의 제공을 금지하는 이른 바 ‘신데렐라법’으로 불리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도입된 이후, 게임업계는 물론 법조계, 심지어 일부 교육계 사람들조차 이 법안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결국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되기에 이르러 법의 폐지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2014년 4월 24일 헌법재판소는 합헌 7 반대 2의 의견으로 합헌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이 제도가 기본권 침해, 제도의 실효성, 국내 인터넷 게임 산업의 위축 효과, 청소년에 대한 지나친 국가적 후견주의, 개인의 오락 및 여가 활동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개입이라는 관점에서 찬반논쟁이 있어 왔다고 밝혔다.

 한 쪽에서는 청소년들의 집중력 향상과 창의성 계발, 스트레스 해소, 고용창출, 청소년들의 미래 게임 산업으로의 진출을 위한 진로탐색 및 자아실현의 기회 제공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동시에 2014년 게임 산업 매출액이 12조 1,028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액의 60%를 차지하는 수치로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앞으로 온라인화 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 및 새로운 장치에 대한 개발 의욕저하를 불러옴으로써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 쪽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가상세계보다 현실세계에 더 관심을 보이는 성인들에 비해 청소년들은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기 쉽고, 이로 인해 수면부족, 학업부진 등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면서 온라인게임에 빠져 신생아를 굶겨 죽인 부부에 관한 기사 등과 같은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킨다.

 이러한 고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전자게임금지법을 제정했다가, EU로부터 위헌판정을 받은 그리스, 셧다운제뿐만 아니라 야간에 PC방 영업까지 금지하는 베트남, 셧다운제를 시행하다 폐지한 태국과 중국, 전체 이용가 게임이 아니면 발매조차 되지 않는 독일, 컴퓨터 소프트웨어윤리기구를 운영하는 일본, 게임업계가 자율규제시스템을 통해 엄격하게 게임을 규제하는 미국 등이 그렇다. 이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게임 산업의 규제에 대해서는 각국이 공감하지만 국가에 의한 타율규제와 게임업계의 자율규제 중 어느 것을 선택하여 어느 정도로 규제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착되고 있다.

 게임의 가상현실은 외부적 영향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현실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켜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이 가진 장점은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하다. 1990년대 이후 PC가 보급되면서 학생들의 놀이문화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급격히 바뀌었고, 청소년들은 그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기성세대들은 학교에서 만화를 보거나 집에서 만화를 보다 밤을 새우는 바람에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들켜 혼이 난 기억이 많다. 전쟁이나 폭력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가진 만화도 있지만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의 세계가 주는 무한한 상상력과 재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만화가 청소년들의 호연지기를 길러주고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꿈을 키워 준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곤란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합헌판결을 내렸지만 2명의 재판관이 다른 의견을 보였고, 법조계에서도 내용을 보완하여 재소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는 점은 이 제도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를 규제하려는 발상이다. 다시 말해 이 제도의 취지가 일부 청소년들이 늦은 새벽까지 게임에 몰두하여 낮 시간에 학업이나 기타 사회생활에 문제를 초래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인데, 공부라든지, 바람직한 취미활동에 대해서도 이러한 논리를 대입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자명해진다. 이 문제에 관한 한 타율은 옳지 않으며, 게임업계의 자율에 맡기되 강력한 통제를 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음란만화나 영화를 보느라 밤을 새우는 청소년들과 게임을 하느라 밤을 새우는 청소년들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그런 만화나 영화를 청소년들에게 제공하는 자를 규제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독서에 흠뻑 빠져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학생들의 침실의 불도 국가가 꺼줄 것인가?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자는 그 학생들의 부모이지 국가가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게임 자체는 유해한 것이 아니고, 여가의 일종이므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라고 한 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게임업계도 무조건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피로도 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