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역린’이 개봉 일주일 만에 17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화는 정조 집권 당시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역린이란 ‘임금의 노여움을 샀다’라는 의미이다. 그럼 조선 후기 개혁 정치에 힘썼던 정조 임금에 대해 알아보자.  

  정조는 조선 제22대 왕으로 영조의 노여움을 사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정조는 자신의 할아버지, 영조가 승하함과 동시에 왕위에 올랐다. 영조와 사도세자 사이를 음해해서 사도세자를 죽인 집권세력인 노론의 주시 아래, 정조는 즉위 과정에서 끊임없이 방해 공작에 시달렸다. 또 즉위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살해 위협을 겪었다.  

  ‘정유역변’은 1777년에 일어났던 정조 임금에 대한 반역사건이다. 용의 가슴에 거꾸로 난 비늘, 즉 임금의 노여움을 뜻하는 ‘역린’이란 영화 제목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정유년 7월 28일 밤 11시 무렵, 한여름 밤 임금의 침전으로 자객이 침입했다.   

  조선의 500년 왕조 역사상 왕궁의 침실 지붕까지 자객이 투입되어 임금을 암살하려고 했던 유일한 사건이다. 침전에서 독서를 하던 정조가 지붕 위에 잠입한 자객의 발소리를 듣고 발견해 암살사건은 수포로 돌아갔다. 정조는 암살사건을 꾸민 자객들과 연루된 모든 이들을 죽이는 것으로 정유역변을 종결했다.  

  이로 인해 정조는 왕위에 즉위한 지 일 년 만에 정순 왕후와 노론 벽파 등 자신의 견제세력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이를테면 정치 개혁을 하겠다는 뜻과 함께 왕권을 더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정조는 ‘정유역변’ 이후 자신의 지지 세력을 만들었다. 그래서 몇몇 전문가들은 ‘정유역변’이 정조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치적 자작극을 펼친 것이라는 설을 내놓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선 후기 개혁정치의 군주, 정조는 지난한 여정을 거쳐 왕위에 올라 갖가지 개혁 정책 및 탕평을 통해 대통합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재위기간에 추진했던 각종 정책은 대부분 폐기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분노를 안고 재위 기간 동안 개혁 정치를 펼친 정조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