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과 스토리

 청년 실업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듯, 최근 대학교 3~4학년 학생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취업이라고 대답한다. 그 정도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취업걱정은 심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맹목적으로 스펙 쌓기와 자기소개서, 인렁적성 검사, 면접 준비 등에 몰두하고 있는 게 주위의 현실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제대로 알고 스펙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가. 그저 남과 같은 스펙 쌓기가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스펙을 쌓으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기자 나름대로의 생각은 이렇다.

 우선 토익이나 학점, 출신 대학 인지도는 필요조건이다. 사람마다 목표로 하는 기업이 다르겠지만 토익과 학점, 대학 인지도는 특별히 언급할 필요도 없는 기본요소이다. 기업 입장에서 인재를 뽑을 때 무엇을 보고 그 사람의 첫 인상을 판단하겠는가. 전국 수백 개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숫자를 헤아려 보라. 그 중에서 입사지원서를 쓰는 인원은 대학원이나 개인사업 등을 위하여 빠지는 사람을 빼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졸업생과 졸업예정자가 지원을 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 이 많은 인원들의 지원서를 일일이 검토하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첫 판단의 잣대로 학점이나 토익, 대학 인지도를 살펴보게 마련이다. 따라서 토익 공부, 학점관리, 편입 등의 준비는 고유한 스펙을 쌓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장에 들어가기 위한 최소 자격, 즉 입장권을 준비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학점과 토익성적을 끌어올리려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일까. 기자가 취업특강에서 접한 A기업 인사부장의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그는 A회사의 경우 토익 850점, 학점 3.8 이상이 1차 기준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토익 990점 만점에 학점 4.5인 지원자와 토익 850점. 학점 3.8인 지원자는 선발 과정에서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기준선을 통과하고 나면 그 이후로는 차별적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강연의 골자였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토익, 학점, 대학 인지도 이외에 자신만의 장점을 부각해야 한다.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직무와 가고자 하는 기업이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고, 어떠한 일을 해왔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주변에서 앞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직무와 관련된 일이 없는지를 찾아 보자. 의외로 많은 일을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만에 하나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수 없고 생각도 나지 않는다면 실제로는 자신이 그 직무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는 증거이니 다른 직무를 찾아보는 게 낫다.

 본인이 희망하는 직무와 관련성이 큰 경험을 해보고 그 구체적 사례를 결과물로써 기업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처지를 바꾸어 자신이 직접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상상해 보자. 학점 4.5에 토익 990점을 얻느라 공부에만 매달린 사람을 뽑을 것인지,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의 경험과 사례를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이미 가진 사람을 뽑을지.

김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