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스키니男’을 위협하는 기흉

 몇 년 전부터 스키니진을 입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여자들뿐만 아니라 남자들도자신의 몸매를 더 날씬하게 하려는 욕구가 커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마르고 키 큰 20대 남자를 위협하는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 바로 ‘기흉’이다. 마르고 키가 큰 남자에게 잘 찾아온다는 기흉을 낱낱이 파헤쳐 보자. 

김진아 기자

  ▶ 기흉이란?
 말 그대로 기(공기)가 흉(가슴) 안에 찬 것을 말한다. 가슴 안에 공기가 차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아니, 공기가 폐가 아닌 딴 곳으로 새는 것이 기흉이다. 즉, 공기(산소)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폐에 구멍이 생겨 폐 안에 있어야 할 공기가 새어나가 폐를 오히려 작게 만드는 질병을 말한다. 심하게는 폐 밖으로 공기가 많이 빠져나가 폐를 짓누를 뿐만 아니라 심장까지도 한 쪽으로 쏠리게 하는 긴장성 기흉도 있다.

 기흉은 일차적 기흉과, 이차적 기흉 등으로 나눌 수 있다.

 ▶ 왜 생길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차적 기흉은 폐의 가장 윗부분에 있는 작은 공기주머니가 터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폐에 다른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며 흡연에 의한 영향도 크다. 흡연 인구가 늘어날수록 일차적 기흉 환자 발생 위험도 역시 커지게 된다.

 무리한 운동 또한 기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뇌가 공기를 많이 마시도록 지시해 호흡이 가빠지게 되는데, 이때 폐가 받아들여야 하는 공기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폐의 압력이 커진다. 폐의 압력이 높아지면 폐의 공기주머니가 터지고, 폐에 구멍이 생기게 된다.

 이차적 기흉은 폐라는 장기 자체에 발생한 질환이 원인이 된다. 그 예로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나 폐기종 등 원래의 폐질환이 원인인 경우, 교통사고나 추락 등 외상에 의해 폐가 손상되어 발생하는 외상성 기흉, 수술 및 시술 도중 폐를 잘못 건드려 발생하는 의인성 기흉 등이 있다.

 외상성 기흉은 교통사고 혹은 뾰족한 것에 찔리게 되면 폐가 찔리거나 다쳐서 생기는 것이다. 외상성 기흉은 공기 외에 혈액이 함께 고일 수 있다(혈흉). 특히 공기나 혈액 등이 흉강 내에 많이 차서 폐뿐만 아니라 심장까지 함께 압박할 수 있어, 혈압이 떨어지고 심폐 기능에 이상 소견을 보이는 긴장성 기흉을 유발하기도 한다.

 ▶ 기흉이 발생하면?
 기흉의 두 가지 중요한 증상은 흉통(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이다. 흉통은 운동과는 관계없이 생기며 보통 24시간 이내에 사라지고, 호흡곤란은 이전에 폐질환이 있었거나 기흉의 정도가 큰 경우에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에는 가벼운 호흡곤란에 그친다.

 심장까지 짓누르는 긴장성 기흉일 때에는 심장이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되어 혈압이 떨어지고, 혈액을 잘 짜주지 못하기 때문에 손끝과 발끝 등이 푸른빛을 띨 수도 있다. 그리고 호흡이 빨라지고 이상한 숨소리가 나기도 한다.

 ▶ 기흉이 확실한지 검사해보자
 흉부 엑스선 사진으로 진단하며 일차성 자연 기흉의 경우 터진 작은 공기주머니의 위치를 파악하고자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행한다. 아래 CT사진에서 보면, 화살표에 표시되어 있는 동그라미가 공기가 차있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기흉을 확실히 진단할 수 있다.

 ▶ 기흉의 특징
 기흉은 마르고 키 큰 남자에게 자주 발생한다.
 여자도 월경과 관련해 발생하기도 하며 월경 시작 후 이틀에서 사흘 사이에 생긴다. 그러나 경구 피임약 복용으로 배란이 억제되었을 때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기흉은 재발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질병 중 하나인데, 한 번 발생했다면 절반 정도가 재발 하고, 두 번 발생했다면 약 75%가 다시 기흉을 앓는다는 보고가 있다.

 ▶ 기흉의 치료
 기흉을 발견하면 1차적으로 산소를 투여하며 기다린다. 그러나 폐에 구멍이 있기 때문에 효과적 산소 교류가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흉 환자들은 흉관 삽입 시술을 받는다. 이는 폐 밖의 공기가 차 있는 공간에 직접 관을 삽입해 공기를 빼주기 위한 것이다. 

 흉관 삽입 외에 공기가 더 이상 새는 것을 막는 흉막 유착술을 행하기도 한다.
일주일 이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기흉이 여러 번 재발해서 폐 양쪽에 동시에 기흉이 생기거나 혈흉(기흉과 다르게 혈액이 찬 것)과 겹친 경우에는 수술을 한다.

 ▶ 기흉의 합병증
 기흉은 몸 안의 염증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쌓여서 폐흉막이 건조하고 얇아졌기 때문에 작은 외부충격이나 오염인자에 쉽게 재발가능한 질병이다. 이렇게 재발율이 높은 기흉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습관적으로 기흉이 재발하고, 이것이 반복된다면 기흉 외에도 더 큰 질병이 나타날 수 있다. 즉, 만성 난치성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기흉의 재발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은 간질성폐질환, 폐섬유증, 폐결핵 후유증, 폐기종, 흉막염, 늑막염, 기관지확장증, 천식 등이 있다.

 ▶ 기흉의 예방
 흡연과 기흉의 연관성은 명확하게 밝혀졌으므로 금연은 필수이다.
기흉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환자는 재발을 막기 위해 비행기 탑승이나 잠수, 등산 등 고도나 기압 차가 큰 활동에 제한을 받는다. 특히 기흉 진단 후 수술 등의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폐가 완전히 복구된 것이 확인되지 않은 이상 절대 비행기에 타거나 다이빙 등 급격한 수압 차이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하다가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고강도 운동 전에는 충분한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해야 한다. 기흉 예방을 위해서도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게 좋다.

 ▶ 실제 환자 사례_1
 주호소 : 호흡곤란
 환자정보 : 21세 남자, 보름 전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중 한 차례 가슴통증이 있었으나 이후 특이소견 없어 경과를 관찰하던 중 내원당일 오전부터 가슴통증, 호흡곤란 증세가 있어 응급실을 통해 입원함.
 신체검진 : 저혈압은 나타나지 않음.
 응급실 치료 : 항생제 처방, 흉관 삽입, 산소공급, 진통제 등
 →  입원 후 수술

 ▶ 실제 환자 사례_2
 주호소 : 의식소실
 환자정보 : 24세 남자, 헬멧 미착용한 채 오토바이 운전 도중 봉고차와 부딪히며 튕겨져 떨어진 것으로 추정. 119 통해 응급실 내원 후 입원함.
 신체검진 : 68/47mmHg로 저혈압 보임. 의식저하 및 동공반사 없음. 우측 흉부 찰과상 보임, 우측 호흡소리 감소 등 보임. 구강 내 혈액 있음.
 119 구급대 치료 : 경추고정대 착용, 산소 공급, 경구 기도기 삽입, 구강 내 혈액 흡입
 응급실 치료 : 흉관 삽입, 산소 공급, 수액 등
 →  입원 후 수술

 ▶ 실제환자사례_3, 4
 2008년, 영화배우 장동건 씨는 〈박중훈쇼〉에 출연해 자신의 기흉 수술력을 밝혔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했지만 학력고사(현재의 수능 개념)를 한 달 앞두고 기흉이 발병해 수술하는 바람에 삼수까지 겪었으며, 지금까지도 흉터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수 시절 광고지면 촬영을 하게 되면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고 지금의 대스타가 될 수 있었다.

 삼성화재의 박철우 프로 배구 선수는 기흉 수술을 네 번이나 치렀다. 그러나 힘든 재활로 다시 멋진 배구선수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대표팀으로도 발탁되어 경기를 치르고 있으니 기흉에 걸린다고 해서 절대 운동을 금지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기흉’ 공부 끝!
 기흉에 대해 몇 가지를 알아보았다. 필자는 응급구조학과 학생이다. 응급실에 실습을 나갈 때마다 기흉 환자들을 자주 만났다. 내가 본 모든 기흉 환자는 10대 후반에서 20대의 마르고 키가 큰 남자 환자였다. 마르고 키 큰 남자는 기흉 위험군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더 조심해야하고, 심각하다면 바로 병원에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메디컬캠퍼스 학우들은 체육대회를 열고 있다.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경기에 임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꾸준한 운동으로 가천대학교 학우들이 건강하게 학업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