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흡혈귀, 저승사자, 강시, 미라와는 다르게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로 다가오는 귀신을 아니?
이번에 김나래(영문·1), 유연이(영문·1)와 함께 다녀온 가회박물관에서 친구 같은 귀신, 도깨비를 만나고 왔어.

도깨비의 장난인지 하늘이 꾸물거리는 날. 안국역에서 만나 환승 혜택을 받아 마을버스를 탔는데 세정거장 밖에 안되서 버스 탄 게 허무하더라. 박물관을 찾아 올라가는 골목길의 집들은 옛 모습 그대로였어.

이러한 집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회 박물관이야. 단순히 도깨비 박물관인 줄 알고 간 이곳은 원래 부적과 민화를 전시하는 곳인데 이번에 특별히 도깨비들이 초대됐다고 하더라고.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귀면와, 도깨비 금속공예품들, 사찰 건축물의 처마 부분에 그려져 있는 도깨비 얼굴 등을 볼 수 있었지.

안내해주신 분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상례용으로 사용되던 용수판과 꼭두와 봉수를 봤어. 용수판, 꼭두, 봉수에 도깨비 얼굴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것은 마지막 가는 길에 도깨비의 무서운 힘을 빌려 재앙이나 사악함을 막아서 좀더 편하게 보내주려는 옛사람들의 마음이였다고 하더라.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의 도깨비 얼굴을 한 곳에 모아두었는데 이곳에서 우리는 신기한 사실을 알아냈지. 다른 나라 도깨비는 잔인하고 냉혹한 흉조로서 험상궂게 생겼는데 우리나라 도깨비는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거야.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도깨비는 다른 나라의 도깨비와 다르게 무서움보다는 사람과 친근하고 정겹던 이로운 존재였기 때문이래. 도깨비는 그렇게 귀신도 쫓아주고 소원도 들어주고 악귀가 아닌 선량한 귀신으로 우리 곁에 있었어.

마지막으로 부적 찍기 행사를 체험하기로 했어. 연이는 소원성취부적을 나래는 행운의 부적을 만들기로 했어. 혹시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배웠던 판화 기억나니? 잉크에 롤러를 묻히고 문지르개로 눌러줘서 만들었던 판화, 부적을 만드는 것도 판화와 같은 과정이여서 쉽게 자신의 부적을 완성할 수 있었지. 연이와 나래는 지갑에 부적을 넣고 다니겠다며 자신이 만든 부적을 보며 무척이나 뿌듯해 했어.

관람 후 한 켠에 마련된 곳에서 녹차를 마시며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어. 나래는 한옥의 정취와 함께 마시는 녹차가 더욱 즐겁다고 말했고 연이는 도깨비 얼굴 목조각품을 다시 보며 옛날 시대에 살면 이런 도깨비들도 만들어보고 더욱 재밌을 거 같을 거라고 하더라. 돌아오는 길에 보니깐 가회박물관 이외에도 매듭박물관, 운현궁 등 곳곳에 숨겨진 장소들도 많았고 인사동, 종로 등과 가까워서 맛있는 밥집에 가기에도 좋은 위치였지.

9월 화창한 날에 한 곳을 구경하기보다는 안국역 이곳저곳의 명소를 돌아다보면 좋을 것 같아. 9월말까지 도깨비가 전시된다고 하니 끝나기 전에 한번쯤 도깨비 보러 가보지 않을래?

■ 소요비용
·입장료 : 3,000x2=6천원
·부적찍기체험료 : 3,000x2=6천원
·점심 : 4,000x2=8천원
·총합계=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