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학교에서 ‘참된 교육을 실현하자’라는 문구를 많이 볼 수 있다. 교육이란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행위 또는 그 과정’으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명분하에 인간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일부 교육자의 탈을 쓴 교사들에게 인권을 유린당한 장애우들이 있다. 성폭행과 심한 아동폭력을 당했음에도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되돌아봐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영화 도가니는 현대사회의 많은 부조리를 보여준 작품으로 관객들의 분노를 이끌어 내고 있다. 밖으로는 남에게 봉사하지만 속으로는 성폭행을 일삼는 교사를 시작으로 부정부패한 경찰과 검사, 변호사 등 사회의 검은 부분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유심히 들여다보아야 할 점이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전관예우라는 사법부 관례이다. 전관예우는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처음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특혜로 현재 법정에서 적용되고 있다. 과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법원과 사회가 전직 판사였다는 이유로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관례가 옳은 것인지 우리는 생각해봐야한다.

 다음은 친고죄다. 친고죄란 범죄의 피해자,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 ·고발이 있어야 공소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가 친고죄로 돼 있기 때문에 고소가 된 이후에도 피해자를 압박하여 합의를 받아내고, 처벌을 약하게 받는 경우가 있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피해자의 부모가 대리자이기 때문에 부모나 조부모가 가해자와 합의할 경우 고소는 무효처리 된다. 가해자가 대리자에게 돈을 주고 산 합의로 고소가 무효화되는 현실은 정의가 승리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지 않는다. 장애우를 성폭행한 교사를 사회는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상황. 무자비하게 성폭행을 자행한 그들에게 많은 죄 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재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지 6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뜨거워진 목소리. 6년 동안 인권단체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왔을 것이다. 문제점과 해결점이 보여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이기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린다. 사회가 변화되도록 노력하고 있지 않다면 사회에 의해 변화되지 않는 사람이 되어보자.

 도가니 영화의 공간적 배경으로 안개가 자욱한 무진의 도시가 등장한다. 여기서 안개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안개가 한낮이 되면 걷히는 것처럼 베일에 덮여 가려진 진실도 우리가 노력하고 밝혀낸다면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다행히 지난 28일 국회에서 ‘도가니법’이 가결되어 미성년 성폭행의 공소시효폐지·가중처벌이 가능해졌다. 이 영화의 힘이라 생각된다. 

엄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