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Movie 인사이드
당신이 아닌, ‘그대’를 사랑합니다.

 ‘노인이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인생에게 외지는 현상인가 봅니다. 노인이란 이름이 붙는 날 활동하던 무대에서 뒷편으로 물러서는 것이 당연하고 그 이후에는 머물러 있을 곳이 없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기에 노인이라는 이름으로 머무는 곳에는 고요와 적막이 깃들고 그러하여 산책로나 노인정에 나가 바둑이나 두고 인생 여정의 마침표를 찍으려는 기회를 기다리게 됩니다. 이러한 노인은 사람이 있는 곳이 그립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할아버지가 올린 위 글은 여러 네티즌의 마음을 저미게 만들었다. 몸이 늙었다고 해서 마음까지 같이 늙지는 않는다. 그러나 몸과 달리 미처 늙지 못한 마음 때문에 노인은 힘들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인도 젊은 세대와 똑같이 느끼고 때로는 질투하며 사랑하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쉽게 이혼하는 젊은 부부들에게, 또한 부모님을 잊고 지내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넌지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김만석 할아버지와 송이뿐 할머니, 장군봉 할아버지와 조순이 할머니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저 사랑스럽고 달달한 이야기만 전하지는 않는다. 바쁘다며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는 자식들의 모습과,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조순이 할머니를 그저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장군봉 할아버지가 결국 선택한 길은 관객들에게 다소 충격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노년의 사랑이야기와 동시에 우리사회의 씁쓸한 면도 부각시키고 있다. 장군봉 할아버지와 조순이 할머니는 자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쓸쓸하게 죽는다. 바쁘다며 전화만으로 찾아오는 자식들의 모습은 영화에서만 나오는 장면이 아니다. 요즘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살지 않을뿐더러 자주 찾아뵙지도 않는다. 허나 부모는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보다 자식을 걱정한다. 영화 대사 하나하나는 이런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장군봉 할아버지의 ‘우린 다시 부부가 되었다, 가족이었는데’, ‘우리는 그렇게 말만으로 자주 찾아뵙는 사람이 되었다’라는 대사는 현대사회의 젊은 세대들에게 자신들이 부모님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 지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영화는 인터넷이나 클럽 등에서 가볍게 만났다가 가볍게 헤어지는 대학생들, 여러 이성을 주위에 두고 소위 말하는 ‘어장관리’를 하는 사람들,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혼하는 젊은 부부 등 현대사회의 젊은 세대들에게 진실된 사랑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있다.

노환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