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년 동안 일궈온 한국경제의 급격한 성장을 모르는 국민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타협한 부정과 민주주의 그늘에 가린 부패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인가. 물론, 안다고는 하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으리라. 최근 스크린에서 내려온 영화 ‘부당거래’에서 그 이면을 들여다보려 한다.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연쇄 성폭행 살인 사건. 하지만 체포 과정 중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이미 대통령까지 나선 상황에서 사건의 범인은 꼭 잡혀야만 한다. 이에 경찰은 최후의 카드로 범인 역할을 할 ‘배우’를 쓰기에 이른다. 당연히 모든 일이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하며 잘못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누가 맞아야 하는가. 영화 속 권력자는 줄도 없고 빽도 없는 광역수사대 최철기(황정민) 반장을 지목한다.

  앞서 말했듯 최철기는 대한민국의 경찰이다. 영화의 초입 부, 그는 우직하고 강경한 모습으로 국민을 지켜 줄 굳센 민중의 지팡이로 보인다. 하지만 최철기와 대결구도로 나오는 검찰 주양(류승범)은 훨씬 우월한 스폰서의 ‘힘’으로 최철기를 철저히 무너뜨리려 한다. 곧 최철기가 가진 단단한 양심은 주양 앞에서 겉옷을 탈의한 채 무릎을 꿇는 처절한 영상을 통해 산산조각 날 뿐이다.

  이 모습은 나약한 인간의 패배를 말하려는 것일까? 아니다. 자본과 권력이라는 무거운 무게를 보여주는 것이다. 고로 최철기는 양심을 판 패배자가 아닌 피해자인 것이다. 류승완 감독이 ‘부당거래’라는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약자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뼛속까지 더러워진 사회구조. 이 시간에도 손등 부르트며 노역하는 노동자의 녹봉은 사무실에 편히 앉아있는 고위층 간부의 선물이 되는 현실. 바로 이러한 양면성을 확실히 노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는 영화의 반전과 후반부의 결말에서도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취조실에서 까지 억울함을 호소하던 힘없는 ‘배우’는 국과수 조사 결과 진범으로 판명된 것. 다시 말해 힘없는 약자의 아우성은 변하지 않고 변할 수 없다는 사실. 소나무 같았던 최철기가 밀렵꾼의 도끼에 찍혀 넘어가는 모습, 감히 ‘잘 만들었다’라고 말하지만 씁쓸함이 남는 이유다. 

김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