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시대부터 지배계급은 국민에 대해 끊임없는 감시와 통제를 해왔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지금도 알게 모르게 우리는 정부에 의해 통제받고, 때로는 감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에서는 특히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는 휴전이라는 특정한 사례에서 부득이한 일로 사람들은 개인 사생활보다 국가 안보를 중시하고, 집단의 희생보다는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이 자신에게 닥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영화는 두 가지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쪽에서는 변호사인 딘이 FBI가 감시하고 있는 핀테로를 찾아가 위법현장 테이프로 협상을 시도하나 테이프를 빼앗긴다.

 한편, 도청을 승인하자는 법안을 반대하던 의원 필이 안보국에게 살해당한다. 이 장면을 딘의 친구인 다니엘이 테이프에 담는다. 다니엘은 상점에서 딘을 만나 테이프를 넘겨준다.

 딘은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모든 금융거래가 차단된다. 이 때 전 안보국 요원 브릴이 나타난다. 둘은 요원과 접촉하나 둘 다 잡히게 된다.

 딘은 핀테로에게 요원을 데려가고, 요원은 테이프를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서로간 총격전이 벌어지고, FBI에 의해 둘은 구출된다. 딘은 집에서 TV를 보던 중, 화면에 브릴이 나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딘은 영화 속에서 모든 활동을 감시, 도청 당한다. 우습게도 딘에게 편의를 제공하던 전자정보들이 자신을 추적하는 일에 유용한 정보가 되어버린다. 여기서 정보화사회의 편의에 가려진 이면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편의를 위해 아무렇지 않게 입력하던 정보들이 자신을 구속하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회고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안보국이 딘을 추적하는 과정에서의 부패 권력, 사회 부조리에 대해서도 꼬집고 있다. 사람들은 한 개인보다는 집단의 말을 믿으며, 더군다나 그 집단이 ‘정부’라면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정부는 절대적으로 공정하고 국민을 존중해야 한다. 허나 공정한 입장에서 국민을 심판하고 지켜줄 정부의 공권력이라는 힘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 개인을 철저하게 사회에서 매장하는 도구로 변해버리는 내용은 과연 인간에 의한 공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한다. 어느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자신이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 한들 손쓸 도리가 없을 것이다. 영화는 맹목적으로 정부의 말을 신뢰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아마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개인보다는 집단, 국익과 안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은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희생해야 하는 대상이 자신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한 점에서 관객에게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노환철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