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화가, 만화가의 사전적 정의다. 하지만 과연 그림만 잘 그린다고 해서 모두 만화가가 될 수 있을까? 만화는 그림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와 전체적인 틀 역시 조화시켜야 하는 종합예술로, 만화가는 그림 한 가지가 아닌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몰랐던 만화가란 직업에 대해 속 시원히 이야기해줄 만화가 양여진(독문·88) 동문을 만나보았다.

만화가가 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
양여진 동문의 전공은 불문학이었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책을 좋아했던 그녀는 만화가가 되길 원했다.
만화가와 전혀 관련 없는 학과를 나왔지만 그녀는 미술수업을 청강해 기본적인 그림에 대해 배우고, 더욱 체계적으로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일을 하면서 그림도 배울 수 있는 애니메이션회사에서 동화(動畵)작업을 했었다.
또, ‘풀하우스’란 작품으로 유명한 원수연 작가에게 2개월 동안 관련된 기본소양들을 배우는 등 만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양 동문은 자신은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 아니라며 보통 한 권의 단행본을 낼 때 3~6개월이 걸리는데 스토리 쓰는 것보다 그림 작업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스토리의 경우는 그림보다는 다소 부담이 적다고 하는데 특히 음악과 영화, 책을 접하다보면 자연스레 스토리가 머릿속에서 그려진다며 책과 음악, 영화에 흥미를 가지고 자주 접하기를 권했다. 또 경험과 노력만이 꿈을 이루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가의 현주소와 전망
“어떠한 직업이라 할지라도 근시안으로 보면 아무런 전망도 없다. 거시적으로 봐야한다”
그녀가 만화업계의 현실을 말하기 앞서 전한 말이다.
예전에는 돈 많이 번다는 소리를 듣고 만화가를 직업으로 삼으려 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재 만화가의 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기존에 있던 만화관련 잡지는 70%정도 사라졌고 예전에 비해 수입이 1/6으로 줄어들었다”는 그녀의 말을 통해 만화계가 매우 상황이 어려움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스토리를 쓸 때는 소설가로, 만화를 그릴 때는 화가로, 연출콘티를 구성할 때는 영화감독이 되는 거죠”라며 만화가의 독특한 매력에 대해 피력하는 등 일에 대한 열정과 애착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무리 현실이 어렵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의 만화는 미국, 대만, 태국 등 여러 국가로 수출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 만화를 원작으로 다양하게 게임과 영화로 진출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양 동문은 당장 보이는 전망은 어둡지만 멀리 보면 나아갈 길이 있다고 전한다.
또한 그녀는 “고수익이나 유망직종을 쫓아가기보다는 비록 전망이나 수입이 좋지 않더라도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며 “꿈과 노력이 있다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공부, 무슨 일을 하든 공부
양여진 동문은 대학에 대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기에 충분한 곳’이라고 말한다. 양 동문은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기면 기본 교양수업은 물론 타과의 전공수업까지 수강하고 다녔다고 한다. 특히 광고학과 심리학을 많이 들었는데 심리학의 경우 스토리를 쓸때 대중의 심리를 잘 파악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무슨 장래를 가지고 있든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공부를 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분명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파고 들어가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공부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등단 후 12년간 끊임없이 달려온 그녀는 지금도 평생 살면서 알아야 할,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권 한 권 완성되는 그녀의 작품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