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 혹은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을 경험해본 적 있는가. 냉정과 이성보다 열정이 앞섰던 그 때, 철부지라면 철부지였지만 영원할 것 같이 아름답고 순수하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특히 사랑 중에서도 평생 잊지 못한다는 그 ‘첫사랑’은 숨겨둔 단골집처럼 남몰래 마음에 품고 가끔 꺼내보기도 한다.
이별의 아픔에 걱정해주던 주위사람들의 “괜찮아?”라는 물음마저 묻혀가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자리하고 있는 그 애틋함이란. 주위 사람들에게 공연히 측은한 마음이 전달될까 내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나만의 기억상자 속에 감춰두고 있는 그 ‘기억들’

 그쪽은 이제 나를 한낱 친구로만 여기고 잊었을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기억’이란 오지 않는 상대를 기다리는 방식이며 포즈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배운다. “무언가가 완성되는 순간은 그것을 완전히 잃고, 잃었다는 것마저 완전히 잊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우연히 그 언저리를 헛짚는 순간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 완성되는 순간을 소설에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대학생 시절의 첫사랑을 십 년이 지나 서른 살이 돼서도 궁금해 하고 기억하고 있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어쩌면 그 ‘완성’이라는 것은,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살갗을 파고드는 추운 겨울이 지나가도, 내 심장이 고요해지는 순간까지도 그 ‘완성’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차미령 평론가의 추천사대로 이 책은 머리맡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두고 싶은 구절들이 있다. 나에게는 그런 구절들이 곳곳에 가끔씩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마다 나타나 생각이 더 많아지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속의 대화들, 주인공들의 회상. 감정이입을 통한 깊은 사색들이 꽤나 잔잔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작가가 사색을 하면 할수록 깊이 빠지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발만 살짝 담그고 지나가는 부분도 많았다. 지식과 경험의 한계 탓이랴. 이런 문장들을 담기 위해선 어떤 사고를 가져야하며 어떤 경험을 더 느껴야 할지, 되려 자기성찰의 기회까지 가져다주는 시간이었다. 훗날, 내공이 더 쌓여 상처와 지나간 시절들을 추억하고 싶을 때, 그때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책이다. 

안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