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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온 지도 벌써 9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이제 기초회화정도는 제법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음식에 대해선 적응은 물론, 어느덧
즐기는 수준에 이르렀지요.
처음 도착했던 2월의 얼뜬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많이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점점 추워지는 날씨와 하루가
다르게 솟구치는 환율은 유학생들의 마음을 한없이 시리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소식도 전했으니, 오늘은 제남을 벗어나 다른 지역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그곳은 기차로 2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푸른섬 청도의 이야기입니다.
M패스트푸드에서 바라 본 청도의 풍경. 날씨가 좋은 날은 잔교까지도 뚜렷하게 보인다.
설레는 첫 여행
제가 처음 청도를 간 시기는 4월 초, ‘칭밍지에(淸明節)’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한식과 비슷한 날이 올해부터 공휴일로 지정이 되어 짬을
내서 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청도, 역 출구를 나오자 호객꾼들이 몰려들어 서로 자기네 숙소에 머무르라고 열을 올립니다.
비록
쉬는 날이었지만 비성수기여서 방값은 그리 비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수기에 다녀온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두 배 가까이 불렀다고
합니다.
대충 짐을 내려놓고 바다를 향해 달려나가 여행책자를 보며 청도의 명물 ‘잔교’를 찾아 갔습니다. 잔교는 그저 바다와 육지를 연결한
긴 다리 같은 것이었는데, 들리는 바에 의하면 예전에 독일군이 청도를 점령했을 때 최초로 상륙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 긴 다리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았고, 그 끝에 멀뚱히 서 있는 정자는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해 저희도 그 무리에 끼어 잔교로 향했습니다. 잔교 자체에는 볼거리가
기대한 만큼 없었지만 우리나라 관광지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색다른 재미였습니다.
청도, 중국의 작은 유럽
청도에 가면 중국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마치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주 오래전 독일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건물은
유럽풍인데 가게는 중국의 전통과자점,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모습은 괜스레 한번 쯤 들어가게 만듭니다.
유럽풍의 건물들이 즐비한 거리를
따라가면 성당을 볼 수 있습니다. 아주 크고 웅장한 건물은 아니지만 중국에 세워진 성당치고는 꽤 멋스럽습니다.
돌아오는 날 성당을 갔더니
우리나라 카톨릭신자들이 미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신부님도 신자도 모두 한국인이어서 잠시 한국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청도는
아름다운 바다와 모래사장도 볼만하지만, 그보다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곳이 있습니다.
흔히 ‘짝퉁’이라고 불리는 물건들을 파는
‘찌모루시장’이 그곳입니다.
가장 많은 물건은 가방인데, 열심히 값을 흥정하면 괜찮은 물건을 싼 값에 살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재미는
찌모루시장 상인들이 하는 한국어입니다. 누구에게 배운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가씨’, ‘오빠’같은 말을 하며 물건을 보여주는 데 그들의 밉지않은
한국어에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지금 이 시장은 올림픽 이후로 가짜명품에 대한 단속이 심해져 예전만큼은 물건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청도에 갔다면 들려볼 만한 곳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 외에도 중산공원, 루쉰공원, 해양공원 등 청도는 갈 곳도 많고, 회와 해산물
등 먹거리도 많은 곳입니다. 한국에서 가까운 곳이니만큼 여행을 간다면 많은 추억을 얻어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청도의
바다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잔교 쪽 거리에는 패스트푸드점 두 곳이 있는 데 그중에 ‘M’상점의 2층에 올라가면
청도의 바다를 ‘공짜’로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청도보다 더 재밌는 ‘베이짱여행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再見!
유럽식건물의 중국전통과자점. 흥미로운지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뒤로 펼쳐진 유럽식 건물을 배경으로 유럽에 온 기분을 내는 나의 친구들.
청도성당의 내부모습. 한자가 적힌 현판만이 이곳이 중국임을 말해주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