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급히 먹느라 가슴에 답답함을 느꼈을 때. 일명 체했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방적인 처방전은 ‘엄지손가락 묶고, 손톱 밑 콕! 찌르기’다.

일명 ‘손 따기’라 불리는 이 방법은 오늘날까지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양손, 양발의 자극부위를 모두 사혈(死血)하면 된다’는 간단한 시술방법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 따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손가락을 따면 속이 편안해 진다는 것은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사혈(死血)함으로써 해결했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틀린 상식이다.

‘사혈’이라는 단어는 ‘죽은 피’를 뽑아냈다는 의미이다. 손톱 아래를 찔렀을 때 자연스레 검은 피가 나온다. 그것을 사람들은 ‘죽은 피’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피도 ‘생생히 살아있는 피’다. 검다고 죽은 것은 아니다.

피가 검게 나온 것은 다만 일반적으로 검은색을 띄는 정맥 피를 뽑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피는 동맥피와 정맥피로 나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빨간 피가 바로 동맥피다. 이에 반해 정맥피는 검은색을 띄는데, 이는 ‘신선한 산소를 공급 받기위해 폐장으로 올라가는 피’인 까닭에 불가피하게 어두운 색을 띄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손을 따기 위해 손가락을 꽁꽁 묶었으니 동맥피는 손가락에 고이질 못하지 않는가. 때문에 손가락에는 정맥피만 고여 있어 분출되는 피는 검디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굳이 체하지 않더라도, 손가락을 묶고 바늘로 찔러보면 검은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체했을 때 손을 땀으로써 위장에 안정을 찾는 이유는 일시적인 신경자극으로 인한 결과물일 뿐이다. 증상을 해결할 수는 있지만, 재발을 막지는 못한다.

체했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급성위염’ 혹은 ‘기능성위장장애’라고 한다. 이 증상이 계속 이어질 경우에는 ‘손 따기’에 의지하기 보다는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