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입만 뻥긋거리는 애니메이션이 과연 재미있을까? 더빙되지 않은 원어의 외국영화를 보는 건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벙어리 애니메이션 캐릭터에게 목소리를 찾아주고, 외국영화의 대사를 친근한 한국말로 바꿔주는 성우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렇다면 성우가 하는 일은 이것뿐일까? 또 목소리가 좋은 사람만이 성우가 되는 것일까?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프리랜서 성우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주(피아노·94) 동문을 만나보았다.

96년  본교 피아노과로 편입

99년  KBS 성우 공채 28기

01년4월~02년 10월  KBS 라디오 ‘생방송 출발 동서남북’ 진행

현 대교 어린이 TV ‘신 천사들의   합창-시모네타’ 역

현 동덕여자 대학교 대학원 ‘방송연예학과’

성우는 평범한 목소리로

연기하지 않는다

성우는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를 가리킨다.

이에 김혜주 동문은 “성우는 목소리로만 연기를 하는 배우가 맞지만 그냥 목소리로만 연기한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며 “성우는 각 역할에 맡게 그 삶을 소리로써 표현해서 소리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도록 연기하는 배우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더빙의 경우 연기하는 배우의 특징을 콕 집어내어 마치 딱 맞는 옷처럼 그 배우와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성우를 정의했다.

성우 = 멋진 목소리 + 정확한 발음   + ?

성우는 목소리로만 연기를 하기 때문에 발음이 정확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졌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김 동문은 성우에게 요구되는 건 멋진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이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는 “아무리 목소리가 좋아도 ‘끼’가 없으면 성우가 되기 어렵다”며 “내가 성우가 되어 마이크 앞에 섰다고 생각해보자. 하지만 소극적인 자세로 아무소리도 없는 모니터를 보며 실감나는 연기를 펼칠 수는 없다”며 성우에게는 목소리 이상으로 ‘끼’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성우로서 입지를 굳히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인내심도 필요하다고 말하며 “그래도 내가 연기한 배역이 인기가 많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또 내가 맡았던 배역을 기억해주는 사람을 볼 때면 성우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며 성우의 조건은 까다롭지만 그 만큼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성우는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

앞으로 성우와 함께 라디오 FM에서 라디오 DJ, 토크쇼의 MC를 하는 게 목표라는 김 동문은 “성우의 생명은 최장 70세"까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방송 분야들 간의 영역파괴가 늘어날 추세기 때문에 성우를 하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생각”이라며 방송에 가장 적합한 목소리를 가진 성우는 다른 방송 분야로의 진출이 쉬운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성우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성우가 되기 위해선 각 방송사마다 1~2년에 한 번씩 있는 KBS, MBC, EBS, 대교 어린이TV, 투니버스 중 한 곳의 공채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김 동문이 나온 KBS의 경우는 2차에 걸친 심사 후 남녀 각 6명 정도를 선발하며, 합격자들은 3년간 KBS의 라디오 드라마에서 성우로 활동한다. 그리고 전속기간 3년이 지난 후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더빙오디션을 따로 보며 연기력을 쌓는다고 한다.

김 동문은 “성우가 되고 싶다면 우선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보고 자기 목소리의 장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며 “동음이의어가 많은 한글의 특성상 장단음을 잘 구분해서 발음하는 게 말의 맛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며 성우의 생명인 목소리 잡는 법을 알려줬다.

“기회가 된다면 모교에서 화술수업을 했으면 좋겠다”며 모교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 준 김혜주 동문. 훗날 그녀의 바람대로 토크쇼 진행자가 되어 브라운관에서 목소리와 얼굴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