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 아래, 시끄러운 음악 속에 현란한 춤을 추거나, 넓은 야외에서 근사한 차림으로 음식을 먹고, 혹은 친구나 가족끼리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 우리는 이를 모두 ‘파티’라고 부른다.

누구에게나 ‘파티’란 즐거움의 대명사이다. 모두에게 즐겁고 재밌는 파티가 될 수 있도록 파티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파티플래너’가 등장하게 됐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차분함과 왁스칠을 해 위로 올린 머리의 생기 있는 모습이 잘 어우러진 파티즌 커뮤니케이션즈 이경목 대표이사. 그는 “파티플래너는 파티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사람으로서 방송에서 프로듀서와 같다”며 파티플래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와 파티의 첫만남


대학교 재학 시절, 그는 여행사에서 일하던 아버지 덕분에 해외에 나갈 기회가 많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파티 문화를 접하게 됐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티가 단순히 먹고 노는 것이라고 여기는 데 비해, 폭 넓은 인맥을 중요시하는 해외 파티 문화에 큰 매력을 느낀 그는 파티플래너를 취미 생활로 시작했다. ‘파티플래너’라는 명칭조차 존재하지 않던 그 시절, 단지 좋아서 시작한 일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져 1999년 ‘파티즌 커뮤니케이션즈’이라는 파티 전문 회사를 세우게 됐다.

서양엔 파티, 한국엔 잔치?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양엔 파티 문화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잔치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그는 “파티와 잔치를 서로 견주기에는 둘은 큰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고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파티에서는 게스트 모두가 평등한 주인공이다. 게다가 자유롭게 활보하며 파티가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이 대화하고 싶은 사람을 택할 수 있다. 대화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해서 다른 대화 상대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파티는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한다.

이에 반해 잔치(돌잔치, 환갑잔치 등)에서는 특정한 사람이 주인공으로 설정된다. 특정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잔치가 진행되기 때문에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또한 잔치는 기본적으로 앉아서 진행되기 때문에 한 번 자리를 정하게 되면 주변 사람이 대화상대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자유롭게 자리를 변경할 수 없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잔치에 가서 주로 아는 사람 옆에 앉으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잔치에서 제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그는 ‘일주일동안 가족, 학과 친구, 동아리 친구들 외에 새로운 사람을 얼마나 만나고 있는갗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라고 했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인맥을 넓혀 ‘휴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중요하다.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파티에서 ‘휴먼 네트워크’의 형성은 보다 수월하고 왕성하다. 이 점이 바로 오늘 날, 파티 문화가 점차 대중화되고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의 파티가 고스란히 우리나라로 들여온다면 그 파티는 성공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낯선 사람과의 대화에 인색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때문에 그는 파티 게스트들끼리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파티 호스트’라는 도우미를 마련해 파티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변화를 준 절충형 한국식 파티라 할 수 있다.


무엇이 파티플래너를 만드는가

“파티플래너가 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자격증이나 학력이 아닌 경험이다”며 그는 파티플래너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해 설명했다.

매번 새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파티를 진행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 할 수 있는 뛰어난 화술이 필요하다.

또한 문서 작성 실력도 중요하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뛰어나다해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양하고 새로운 정보를 많이 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상 색다른 주제로 파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파티플래너는 독창성과 창조성을 필요로 한다. “머리에 들어있는 게 많아야 그만큼 머리 밖으로 나오는 것도 많다”며 인터넷, 신문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유행을 파악하는 것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주로 어디서 독창적인 아이디어 영감을 받느냐는 질문에 그는 바로 ‘로봇 만화’라고 답변했다. 예상외의 답변에 질문을 한 기자는 웃음이 터졌고, 답한 그 또한 웃고 말았다. “만화 영화의 배경이나 소품을 눈여겨보았다가 파티에 적용한다”며 “영화도 주로 SF나 판타지 영화를 즐겨 본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출처가 로봇 만화인 만큼 그는 한 파티가 끝날 때마다 로봇 프라모델을 만든다고 한다. 작년부터 모으기 시작한 프라모델 때문에 이미 집은 포화 상태. 지금은 회사 책상까지 완성된 프라모델들이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성격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기 때문에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모여 있다. 때문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접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능숙해졌다. 그래서일까. 처음 보는 사람의 성격을 미리 가늠해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잘 파악한다.

사람과 항상 접하는 직업이다 보니 이러한 나의 성격이 파티플래너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내야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는데 슬럼프에 빠질 땐 어떻게 하는갗라는 질문에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떠난다!”고 대답했다.

사람의 머리에도 한계가 있는 법. 그는 “슬럼프일 때는 과감히 쉬어라”고 권유한다. 슬럼프에 빠졌다고 더 괴로워하면 자괴감만 들 뿐, 더 이상의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슬럼프에 빠졌을 땐 한강을 거닐든, 낚시를 하든, 운동을 하든 일단 떠난다.

“평소에도 슬럼프에 빠진 직원이 있으면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파티 현장


파티는 생방송과 같아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100%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 “아마추어인지 베테랑인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대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는 매우 중요하다”며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 일을 한지도 10년이 다 돼 가고 있지만 파티 전날 떨리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한 여름이었다. 한강 선상에서 200명의 게스트가 참여하는 파티를 열게 됐다. 파티 전날 비가 많이 와 부둣가와 파티가 열릴 배 사이를 잇는 다리가 그만 물에 잠기고 말았다. ‘2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배까지 옮길까’ 진땀 빼던 중 하얀 기름통을 엮어 만들어 놓은 뗏목이 눈에 띄었다. 뗏목이 작았던 터라 한 번에 5명씩만을 태워 배로 보냈다. “짜증이 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모두가 그 상황을 즐기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했다. “대부분이 그렇지 않나? 잘된 기억보다는 말썽 있던 기억이 더 오래 남는 법이다”며 웃었다.

파티, 알자! 즐기자!


그는 “파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 마다 항상 “파티는 사람이다”고 대답한다고 한다. 인간이란 한자어는 ‘사람 사이(人間)’라는 뜻인 만큼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인간관계를 맺는데 파티가 많은 도움이기 때문에 ‘파티=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