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만화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 TV에서 듣던 그때 성우 선배들과 함께 녹음하고 있는 현재 자신의 모습이 그저 큰 영광이고 놀라운 경험이라고 말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성우가 되고파 분당에서 여의도까지

신용우 씨는 우리학교 국어국문학과 95학번 동문이다. “인문대는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수많은 것 중 ‘언어’를 공부함으로써 현재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그는 “답답할 때 마다 세종관 언덕에서 소리지르던 버릇마저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처음부터 성우를 꿈꾸지 않았다. 성당에 함께 다니던 형이 인터넷 컨텐츠 제작부분에서 일 하던 중 녹음건이 생겨 우연히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성공적으로 녹음을 마치고 돈을 받았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목소리를 이용해 처음으로 돈을 벌어 본 그때부터 성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KBS문화센터에서 성우과정인 발성, 발음, 연기, 캐릭터분석, 나래이션 등을 배웠다. 분당에 살고 있던 그는 매일 분당에서 여의도까지 먼 길을 떠나 배움의 길을 걸었다.

성우란 목소리로 연기하는 사람

그는 ‘성우에게 자기관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며 늘 자신의 몸에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특히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 감기를 조심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신 동문은 몸이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것을 느끼면 바로 휴식을 취하며 감기기운이 보이면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산다. 평소 목 관리를 위해 물도 많이 마시고 되도록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또, 술을 마시면 다음날 바로 목소리가 바뀌는 터라 마시고 싶은 날에도 참아낸다. 담배는 이미 끊은지 오래며 화가 나도 큰 소리로 화내지 않을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몸관리 뿐만이 아니다. 그는 자기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려 한다. “지금 인터뷰를 하는 것도 공부죠” 기자와 인터뷰 하던 중 그가 덧붙인 말이다. 신 동문은 매사에 배우려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성우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목소리로 연기하는 사람’이다. 그 연기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 생활과 깊숙이 연관돼 있으니 일상다반사를 끊임없이 관찰하며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가 아니어도

성우가 되려면 우선 성우공채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공채시험은 5개의 방송국(MBC, KBS, EBS, 대교, 투니버스) 에서만 실시한다. 매년 보는 것도 아니다. 각 방송국의 필요에 의해 2~3년에 한번 실시하며 뽑는 인원수도 정확치 않기 때문에 경쟁률이 매우 높다.
신 동문은 시험에 3~4번 떨어지고 1년 만에 합격했다. 다른 성우들에 비해 빨리 붙은 편이란다. 이렇게 성우공채시험에 합격하면 ‘인턴’과 비슷한 개념인 ‘전속생활’을 3년간 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자신이 공채에 합격한 방송국에 소속돼 그 방송국에서만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3년 후부터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함과 동시에 ‘한국성우협회’의 정회원이 된다. 투니버스 공채5기로 2003년 데뷔한 그는 현재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는 어딘가에 속해있지 않은 그 자체가 ‘1인 기업’인만큼 실력에 따라 일이 많아지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그는 “프리랜서다 보니 누군가 나를 캐스팅 하도록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다”며 푸념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성우는 목소리가 개성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꼭 목소리가 좋아야만 성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난히 튀거나 개성 있는 목소리 보다 평범한 목소리가 오히려 아이 부터 늙은 역할, 나쁜사람, 착한사람까지 두루 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제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제가 성우라는 것을 쉽게 떠올리지 못해요. 오히려 성격이나 끼를 보고 알아차리곤 하죠”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 역시 평범하다.
흔히 ‘성우’라고 해서 단순히 ‘목소리만 잘내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성우’는 ‘귀’가 좋아야 한다. 귀가 좋다는 것은 소리의 특징을 잘 잡아낸 다는 뜻이다. 소리의 특징을 잘 잡아내면 그 소리와 가깝게 표현해 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혹여나 지방출신으로 성우가 되고 싶은 학우가 있다면 사투리는 꼭 고쳐야 한다고 한다. 말투에도 신경써야 하고 계속 된 연습으로 성량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성우가 되는데는 어느학교 무슨과든 즉 ‘누구든’ 상관없다. 생활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공부를 놓치지 않고 배운 연기력을 목소리로 편하게 뱉어낼 역량만 있다면 누구나 성우가 될 수 있다.

늙지 않는 성우, 내 마음의 분출구

성우에게 정년퇴직은 없다. 또한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생각마저 늙을 수는 없다. 나이와 상관없이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짱구’ 애니메이션에서 돋보기안경을 쓰는 60대의 여자 성우가 맡고 있다고 하니 절로 이해가 간다.
또 다른 성우의 매력을 묻자 “감정표출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라 한다. “화나는 일이 있으면 캐릭터를 통해 맘껏 화풀이도 하고, 울고 싶은 날엔 캐릭터로 울기도 하고 웃고 싶을 땐 맘껏 웃을 수도 있지요” 라는 그에게 성우로서의 인생은 ‘또 다른 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노력’은 나의 힘

그는 매번 녹음을 할 때 마다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며 슬럼프를 겪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유를 묻자 “늘 부족함을 느끼고 그 부족함을 채워나가야 발전해 나갈 수 있다”며 연기하는 사람에게 슬럼프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늘 하던 그대로에 안주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는 자기발전과 노력으로 훗날 후배들에게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모범이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존경받는 멋진 성우로 거듭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한다. 


<출연주요작>

작품명	역할
명탐정코난2	괴도키드
개구리중사 케로로	사빈
나루토	휴우가네지/가마키치
빨간모자의 진실	토끼
디워	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