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보석디자이너 중 최초로 미국의 뉴욕 매디슨 에비뉴에 로드샵을 오픈한 홍성민, 장현숙 부부. 화려한 보석을 디자인하며 세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들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그렇게 화려한 순간만 있지는 않았다.

최고의 보석디자이너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를 위해 프로필을 살피던 중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홍익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다닌 경험이 있던데...

오래 다니지 않고 자퇴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 안에서 점수에 맞춰 선택했을 뿐 지금의 나에게 큰 의미는 없다. 또 당시 대학가(1987년)는 대학교육에서 의미를 찾기보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이었다. 잦은 시위로 휴강이 많았고 적성에도 맞지 않아 그만두고 군에 입대했다.

그렇다면 보석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갖게 됐나?

군생활을 하며 장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여자’라는 답이 나왔고, 그런 여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중 보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보석디자인을 했던 것은 아니다. 보석과 직접적인 인연은 한국 폴리텍V대학(익산캠퍼스) 귀금속공예공과에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스물 다섯의 나이에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학교교육은 디자인보다 세공에 비중이 컸다. 가공재료를 원석에서 분리하고 적당히 손질하는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결과도 좋아 교수님들로부터 “수작업의 결과가 기계작업의 90%이상의 성과를 내냐?”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보석세공과 디자인을 전혀 다른 분야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시절의 교육이 없었다면 지금의 디자인적 재능은 발휘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보석세공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예술적 재능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인정받기 어려웠을 텐데...

군대에 가기 전까지 미술분야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거나 특별한 관심을 갖진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술적 소질은 있었는지 간간히 미술대회에 입상했던 경력이 있다.

1993년 드비어스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1위를 하면서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알리게 됐고, 콘테스트 이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을 오가며 낮에는 청강생으로 공부하고 밤에는 일을하며 각 국의 거장들로부터 사사받았다. 내가 깊이 고민해서 찾은 길을 가고 있기에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아내는 어떻게 만나 동업을 하게 됐나?

결혼 전 아내가 1996년 다이아몬드 국제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국내ㆍ외 언론들의 집중을 받았다. 작품을 보고 너무 좋아 찾아가서 만나봤다. 당시 각자 스튜디오를 경영 중 이었는데 아내가 동업을 제의했고 1995년 ‘쥬얼버튼’을 창립했다. 지금은 번듯한 빌딩에 전시장, 사무실 등을 갖추고 있지만 그때는 7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이후 1999년 결혼했다.

아내인 장현숙씨와 동업을 하고 있고 둘 다 세계속에서 인정받는 모습이 부러운데...

같은 분야의 일이지만 작품성향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내 작품들은 섬세하고 여성스러우며 화려한 면이 강하다면 아내의 작품은 선이 뚜렷하고 남성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서로의 작품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경쟁의식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점들은 작품활동에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부부이면서 같은 일을 하다보니 서로를 너무 잘 알아 조금 불편할 때도 있다.

디자이너의 길을 걸어오며 언제가 가장 힘들었는가?

특정 시기를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디자이너로서 가장 힘든 점은 창조된 아이템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18살 이후 아르바이트를 통해 일찍 자립했다. 남들은 중년이 되면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 시절을 너무 힘들게 보내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이를 먹으며 그때 그때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고생한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한가지 더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젊은 시절 재료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수상작을 팔기도 했었는데 그 작품들을 다시 구입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해외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것도 힘들지 않은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나와 아내 모두 바쁘다보니 미안하기도 하다. 또 재료를 구하기 위해 다니다 보면 위험한 일을 겪을 때도 있다. 한번은 콜롬비아에 가서 갱단을 만나 동행한 사람은 죽고 나는 오른쪽 팔에 총을 맞아 지금도 흉터가 남아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휴식을 취할 때는 정말 철저하게 장기간 쉬기도 한다.

현재 대학생들의 고민 중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진로문제라 할 수 있다. 조언을 한다면...

요즘 나의 화두는 ‘하이브리드’이다. 어떤 분야이든 하나만을 고집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기존의 개념에 새로운 것을 첨가해 나만의 ‘변종’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관심분야에 접목시켜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 간다면 보다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내가 지금 걸고 있는 ‘사랑니 목걸이’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어느 날 치과에 가서 이를 뽑고 그 이들이 다 버려진다고 생각하니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요즘 젊은 엄마들은 아이가 자라가는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유치를 보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보관할 경우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본을 뜨고 장신구로 만드는 방법을 생각했고 이 기술은 특허를 받았다. 치과와 보석사업을 연계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좋은 성과를 기대하는 만큼 투자도 필요하다. 나의 경우 돈이든 시간이든 여력이 생기면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모두 쏟아 붓는다.

회사명은 ‘쥬얼버튼’인데 건물 앞에는 ‘애족[ejoque]’이라 써있었다. 어떤 의미인가?

아내와 대화를 하던 중 ‘우린 어떤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했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다’라는 답을 찾았다. 한자로 [愛族]이고 그 음을 프랑스어로 옮긴 것이 [ejoque]이다.

아내에 대해서 조금 설명을 한다면...

작지만 강하고 존경할 부분이 많은 여자이다. 주로 일본에서 많이 활동했다. 1994년 일본 Contemporary Diamond Design Contest 수상, 1996년 다이아몬드 국제 대상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처음 보석공부를 시작했을 때 배우고 닮고 싶은 선배가 없어 어려웠다. 앞으로 후배들에게 닮고 싶고 길을 보여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